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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훈: 滿空 비움으로 가득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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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변승훈 개인전 《滿空: 비움으로 가득한》
주최 가나아트
장소 Space 97, 공예관 | 가나아트센터 1층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28) 
일시 2025. 8. 1(금) – 2025. 8. 24(일) (총 24일간)
작품 오브제 60여 점


변승훈 개인전 《滿空: 비움으로 가득한》
가나아트센터 SPACE 97과 공예관에서 2025년 8월 1일부터 8월 24일까지
대표 연작 ‘만다라 달항아리’를 비롯한 오브제 작품 60여점 소개

40년전 박물관에서 우연히 접한 토기 조각에 이끌려 도자 작업을 시작
‘흙을 물레에 올려 돌리면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도자기의 본질적 속성인 ‘비움’과 ‘채움’의 순환관계에 주목

<만다라 달항아리> 시리즈의 신작을 이번 전시에서 공개
전통 달항아리를 분청사기로 재해석하여 독창적 조형언어 구축
달항아리를 우주의 순환과 질서를 담아낸 상징적 오브제이자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

분청사기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조형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확장
실용과 예술, 전통과 동시대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예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


가나아트는 변승훈(b. 1955-)의 개인전, 《滿空: 비움으로 가득한》을 2025년 8월 1일부터 8월 24일까지 가나아트센터 ‘Space 97’과 ‘공예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변승훈의 대표 연작 <만다라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오브제 작품 총 60여점을 선보이고, 지난 40여 년간 분청사기의 현대적인 변용을 탐구해온 그의 작업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변승훈은 40년 전, 박물관에서 우연히 접한 토기 조각에 남겨진 지문에 이끌려 도자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작가는 전통 도자를 재현하는 전국의 도요(陶窯)를 돌며 흙을 만지고, 수비(水備), 흙 반죽, 물레질 등 도자 제작의 과정을 익혔다. 또한, 1988년 안성 미리내 성지 인근에 자리잡은 작업실에서 발견한 500년 전의 분청 파편은 그의 작업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적 계기였다. 15세기 전후 민간에서 제작된 분청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백자, 청자와는 달리 서민적이고 자유분방한 미감을 지닌 문화유산으로, 작가는 분청사기의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조형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확장해 나갔다. 


나는 흙이다.
40년 전, 우연히 들른 박물관의 1만 년 전쯤 토기 조각에 찍힌 지문을 보고 
경이로움에 빨려 들어간 흙의 세계는 이제 나의 세계가 되어 흙으로 살아가고 있다.
부질없는 짓이란 “불질이 없는 짓거리”란 말로, 다시 말해 헛수고란 뜻이다. 
흙 작업 또한 불질이 없이는 의미가 없다.
나는 불을 때면 땔수록 힘이 난다.
나는 흙이므로 물과 바람을 좋아한다.
흙은 물 없이는 반죽이 안되고 바람 없이는 마르지 않으므로 나는 흙이다.

만공(滿空), 비움으로 가득한, 가득한 비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보이는 가득한 비움.
비로소 보인다.

-변승훈

흙과 물, 불이 어우러지는 긴 호흡의 도자 작업 속에서 변승훈은 ‘흙을 물레에 올려 돌리면,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체화해왔다. 도예는 그에게 그저 형상을 빚어내는 기술적 행위가 아닌,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인간, 존재와 시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수행적 예술이다. 



ⓒByun Seung Hoon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이번 전시의 제목인 ‘滿空(만공)’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철학을 응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비움으로 가득한' 상태를 뜻하는 ‘만공’은 비움 속에서 오히려 충만함을 발견하는 동양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는 곧 변승훈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도자기라는 매체가 본질적으로 지닌 속성인 ‘비움’과 ‘텅 빈 공간’이야말로 가장 충만한 상태임을 그는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비움은 공허가 아니라, 사유와 에너지가 깃드는 여백이며, 형태를 둘러싼 공기가 머물면서 시간이 스며드는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변승훈의 작업 철학은 본 전시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만다라 달항아리>를 통해 깊이 있게 구현된다. 이 연작은 조선 백자에서 유래한 전통 달항아리의 형식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분청 기법으로 변용함으로써 독창적인 조형감각을 부여했다. 특히 코일링(Coiling) 기법, 즉 길게 말아 놓은 흙 가래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수공적 방식으로 제작된 그의 달항아리는 기계적 대칭에서 벗어나 물성의 깊이와 손의 흔적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에 더해 작가는 ‘달’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투영시킴으로써 우주의 질서와 불교의 윤회 개념을 하나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달은 기울고 차오르기를 반복하는 존재로,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주의 원리를 함축한다. <만다라 달항아리>의 표면에 새겨진 원형의 문양은 ‘원(圓)’을 뜻하는 만다라(曼茶羅)를 형상화한 것으로, 달항아리의 기면에 원형으로 자른 한지를 덧붙

이고 그 위에 백색의 화장토를 겹겹이 도포한 뒤, 건조 후 다시 한지를 떼어내는 섬세한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 만들어진다. 이때 한지를 붙인 시점과 화장토의 중첩 횟수에 따라 드러나는 미묘한 명도의 대비는 수행과 시간의 축적을 시각화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정교하고 반복적인 제작 과정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달항아리를 우주의 순환과 질서를 담아낸 상징적 오브제이자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즉, 그 안에 깃든 비움은 텅 빈 공허가 아닌, 무한히 채워질 수 있는 여백이라 할 수 있다.


ⓒByun Seung Hoon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이번 전시에서는 부조 형태의 도자 작업인 <대지의 노래>(2007)도 함께 소개된다. 이 작품은 작가가 목탄으로 드로잉한 나무 형상을 토대로, 그 조형을 확대해 흙으로 형체를 빚어 구워낸 후, 그 위에 유리를 덧입혀 다시 고온에서 재소성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태풍에 휘날리는 나무의 생명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순간적으로 포착된 자연의 동세를 흙이라는 물성 속에 담아냈다. 흔들리는 가지와 바람의 흐름 등 긴장감 있는 형태는 자연이 지닌 에너지와 역동성을 생동감 있게 드러낸다. 특히 유리를 사용한 표면 처리는 작품에 투명감을 더해 마치 비에 젖은 듯한 나무의 질감을 연출한다. 이렇듯 회화적 감각과 재료에 대한 실험성이 응축된 이 작품은 도예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작가의 의지가 집약된 작품이다.

더불어 공예관에서는 변승훈이 오랜 시간 탐구해온 생활자기 시리즈를 선보인다. 찻잔, 사발, 화병, 푼주 등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그릇들을 중심으로 한 이 작업들은 전통 분청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로, 오늘날 도자기라는 매체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예술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흙의 두께와 불의 온도, 유약의 농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표면의 색과 질감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흔적마저 작품의 일부로 수용한다. 그 안에는 재료와 손의 교감, 그리고 시간과 자연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다. 이러한 조형 과정은 각 작품에 고유한 생명력을 부여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릇의 형상 너머에 담긴 시간의 층위를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실용과 예술, 전통과 동시대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예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변승훈은 비움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우주의 질서를 탐색하며, 전통과 동시대성, 물성과 정신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왔다. 본 전시는 도예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더불어, 오랜 시간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매개로 ‘만공 (滿空)’의 세계를 조형화해온 작가의 예술 궤적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비움’ 속에서 피어나는 ‘가득함’이라는 역설적 미학을 중심에 두고, 형태 너머에 축적된 시간과 사유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고요한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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