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과 하인두, 예술로 맺은 두 거장의 우정과 창작의 궤적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특별전(2025.4.22.-8.24)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은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시대를 살아남은 두 청춘 김창열과 하인두의 우정과 예술의 궤적을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동문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작가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전후 현실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예술가이자 지성인으로서 깊은 동질감을 쌓았다.
이 같은 공감대는 당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국전’에 저항하며 새로운 한국미술의 지평을 열겠다는 의지로 이어졌고 그 결과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가 결성됬다. 이 협회는 현재 1950-60년대 전위미술운동의 선봉에 나서 한국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꾸었다고 평가된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김창열과 하인두는 서울 장위동에 나란히 거주하며 서로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공유하고 앵포르멜과 같은 국제적 조형언어에 대한 토론을 나누며 한국미술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이 시기에 관해 2007년 김창열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회고한 바 있다.
“1950년대 후반, 현대미술가협회 활동을 함께 하던 동기 가운데 특히 가까웠던 이가
하인두 씨였어요. 하인두 씨는 매우 논리적인 분이고, 세잔에 깊이 빠져있던 만큼
앵포르멜 이론도 상당히 튀었어요. 당시 하인두 씨는 장위동에 살고,
나도 장위동에 살았을 때인데 시내에서 저녁 먹고 술 한잔 나눈 뒤에는 고려대학교
앞에서 장위동 집까지 차가 없어 걸어가며 열띤 토론을 했지요.”
(김창열 구술녹취 재구성, 『한국미술기록보존소 구술녹취문집 28』, 삼성문화재단, 2007)
그러나 1960년 하인두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으며 많은 이들이 그를 멀리했으나, 김창열은 흔들림 없이 그의 곁을 지켰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다지게 했으며, 이후 각자의 예술세계는 더욱 개성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김창열은 1965년 뉴욕을 거쳐 프랑스로 이주하며 기존의 한국에서 작업해오던 제례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에서 점차 <물방울>연작으로의 변모를 통해 ‘물방울’이란 작업 소재를 굳혀가게 된다. 그의 물방울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승화한 치유 자체이자 융해된 물방울에서 연상되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그 물방울의 투명한 물성에서 느껴지는 정화와 정신 수양 등 여러의미로 표현되며, 깊은 위로와 울림을 주었다.
반면, 하인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신에 국내에 머무르며 오방색과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그의 광범했던 포용적 사상이 담긴 ‘만다라’, ‘묘환’ 등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천도교 교인이자 말년에는 기독교를 만나 침례를 받기도했던 하인두의 작품은 단지 불교를 하나의 종교로써 이해하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서양의 세계관에 상대화 되는 동양철학의 대표 정신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 수양의 길이었다.
비록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하인두의 표현대로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을 따라 예술로 승화된 삶의 풍랑을 헤쳐온 그들의 정신은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은 2025년 4월 22일부터 두 작가의 예술적 실험과 시대적 고민을 반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오는 8월 24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개요
전 시 명 :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
기 간 : 2025년 4월 22일 ~ 8월 24일
장 소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제 2, 3 전시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 마감 5시 30분)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문 의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학예과
064) 710-4146 (김아영 학예연구사)
064) 710-4147 (황연우 학예인턴)

김창열, <물방울>, 1987, 마포에 유채, 182×227cm, 김창열미술관

하인두, <혼불–빛의 회오리>, 1988, 캔버스에 유채, 110×145cm 유족 소장

하인두, <자화상>, 1957, 캔버스에 유채, 87.5×6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 전시전경, 제 3전시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 전시전경, 제 2전시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 전시전경, 제 2전시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